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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 이야기

다니엘 레비 (Daniel Levy) 이야기

by WILDCATS 2023. 9. 23.

내 고관절이 빠지는 고통이었다

토트넘 구단주 다니엘 레비(Daniel Philip Levy)는 구단 운영에 있어서 비즈니스적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이적 시장에서도 이러한 철학이 드러나는데, 돈을 쓰는 일을 보기가 힘들고 협상이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알렉스 퍼거슨(Alexander Chapman Ferguson) 감독은 토트넘 소속이던 마이클 캐릭(Michael Adrian Carrick)의 영입 당시 "고관절이 빠지는 고통"이란 표현을 했었습니다. 올랭피크 리옹(Olympique Lyonnais)의 구단주 장 미셸 올라(Jean-Michel Aulas)도 당시 리옹의 수문장이었던 위고 요리스(Hugo Lloris) 영입에 관해서는 레비와의 협상이 25년의 리옹 회장직 재임 중 가장 힘들었던 일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선수 판매 자금으로 영입 자금을 충당하고,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넘는 몇 안 되는 클럽 중 하나입니다.

 

토트넘은 팀의 주급 문제로 팬들의 원성을 듣는 경우가 많기로 유명합니다. 레비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새로운 경기장 건립으로 인해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주급을 무작정 올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따라서 레비 회장은 신구장 빚을 모두 갚고 구단 재정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점진적으로 주급 인상을 추진하는 대신, 우수한 활약을 보인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양의 보너스를 지급하여 낮은 주급을 보완하는 정책으로 비난을 피해 가고 있습니다. 

 

토트넘이 이적시장에서 짠돌이 행보를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구단주 조 루이스(Joe Lewis)의 재정 정책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루이스는 땅값 비싼 런던에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Tottenham Hotspur Stadium)을 신축하기 위해 구단 자금과 대출을 받아 건축 비용을 충당했습니다. 따라서 구단은 여전히 신구장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이적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구단주가 구두쇠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명문 클럽이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를 감안하면, 지원 없는 구단주를 둔 구단 입장에서 한푼이라도 더 아끼는 행보가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가레스 베일(Gareth Frank Bale)과 루카 모드리치(Luka Modrić)가 활약하던 시절부터 토트넘은 프리미어 리그 빅4를 꾸준히 위협하는 강팀으로 평가받게 되지만, 번번히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경쟁 상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팬덤의 수요가 적었기에 수익이 부족했습니다. 홈 구장이었던 화이트 하트 레인의 작은 규모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팀으로 평가받으면서도 구단 수익이 적은 이유로 꼽혔습니다. 리버풀(Liverpool Football Club)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에 비해 50% 가까이나 수익이 높은 이유는 역시 구단 인기에서 비롯된 압도적인 상업 수익 덕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단주 조 루이스가 재정적 지원을 전혀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레비 회장은 건전한 재정 경영을 통해 팀 훈련장을 새로 짓고 신구장 건립을 추진하며 토트넘을 확실한 빅 6의 멤버로 올려 놓는 수완을 보여 줍니다. 토트넘의 올드 팬들은 축구에 흥미도 없어 보이는 루이스 구단주를 떠나 보내기를 원하지만, 레비 회장은 구단에 남아주기를 원했다는 사실을 토트넘 다큐멘터리 'All or Nothing'(아마존 프라임에서 2020년 8월 31일부터 2020년 9월 14일까지 3주에 걸쳐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스티븐 베르흐베인의 이적 비화의 공개로 알려 지게 됩니다. 여기서 레비 회장은 이적료나 포지션 보강 외에도 선수의 인성과 사생활을 중요시 여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단적인 예로, 토트넘은 베일을 판매한 이후 구단의 암흑기 시기에도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라커룸 내 파벌 싸움이 매스컴에 드러난 적이 없었습니다. 라커룸 내 알력 다툼이 일상인 다른 빅클럽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수단 내에서 문제가 생긴 적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즉, 토트넘 선수단의 분위기가 가족 같고, 감독과 선수 간의 갈등이 있을지언정 선수단끼리 파벌이 나뉘거나 사생활 문제가 터져 언론의 먹잇감이 될 일이 없었던 것은 레비 회장이 토트넘이라는 구단에 애정을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끝없는 비판, 그럼에도 훌륭한 경영인

AFC 아약스(Amsterdamsche F.C Ajax)나 FC 포르투(Futebol Clube do Porto)나 SL 벤피카(Sport Lisboa e Benfica)처럼 유망주를 발굴하고 육성하여 이적 수익을 창출하는 셀링 클럽도 아니면서 전략은 없고 전술만 있는 사람이며 선수를 영입할 때는 최대한 싸게 사려고 하고, 이적할 때는 최대한 비싸게 팔려고만 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는 장기적인 방향성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 받아 왔습니다. 이 때문에 레비 회장은 클럽 레코드를 갱신하고 데려왔음에도 부진했던 탕기 은돔벨레를 원망하거나 화내지 않고 오히려 다독여주며 끝까지 신뢰해주었습니다. 이는 은돔벨레가 2년차에서 주전으로 자리잡는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한 임대로 복귀한 가레스 베일 역시 레알 마드리드에서와 달리 토트넘에서는 굉장히 행복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어쨌든 신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의 건립으로 인해 입장권 수입도 증가하고, 꾸준하게 성적을 내면서 꾸준히 UEFA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면서 지금 보다 더 높은 세계적으로 명문구단으로 성장한다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레비 회장은 저비용 고효율 운영으로 흑자를 내면서도 챔피언스리그 우승권에 도전하는 빅클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는 레비 회장의 구단 운영방침으로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레비 시대의 토트넘은 런던이라는 유리한 연고지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라는 행운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우승컵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토트넘이 진정한 빅클럽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고, 우승컵을 따내야 합니다. 최근까지 레비 회장은 시급하지 않은 포지션에 거액의 돈을 썼다고 알려지는데 은돔벨레(Tanguy Ndombele Alvaro), 로셀소(Giovani Lo Celso), 베르흐베인(Steven Charles Bergwijn), 세세뇽(Kouassi Ryan Sessegnon), 베일 등이 대표적인 예 입니다. 또한, 함량미달의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계약 갱신으로 붙잡아두었고, 잡아야 할 선수들은 대안 없이 내보냈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무사 뎀벨레(Mousa Sidi Yaya Dembélé), 페르난도 요렌테(Fernando Llorente Torres), 트리피어(Kieran John Trippier) 등이 그랬고, 적은 지출로 유리한 계약에만 몰두하다 영입 제한 시간을 앞두고 하향세였거나 성장이 필요해 보이는 선수들을 급하게 영입해서 구멍난 포지션에 꽂아넣는 식이었습니다. 도허티(Matthew James Doherty), 레길론(Sergio Reguilón Rodríguez), 로든(Joseph Peter Rodon) 등이 그랬고, 반면에 꼭 필요했던 자원인 슈크리니아르(Milan Škriniar) 영입은 놓쳤습니다. 결국, 2019-20 시즌과 2020-21 시즌 동안 성공한 영입은 호이비에르(Pierre-Emile Kordt Højbjerg)뿐이었다. 많은 팬들이 조 루이스 구단주만 탓하며 토트넘이 돈 없는 구단이라고 생각하지만, 2019-20 시즌과 2020-21 시즌의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Football Club)와 리버풀보다도 많은 이적료를 지출했습니다.

 

영입뿐만 아니라 방출도 비판받아야 할 부분으로 지적 받습니다. 슈크리니아르나 후벵 디아스(Rúben dos Santos Gato Alves Dias) 같은 우수한 자원들을 선점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계가분명한 에릭 다이어(Eric Dier), 다빈손 산체스(Davinson Sánchez Mina) 같은 선수들을 몇 년 동안 억지로 붙잡거나, 돈을 조금 더 받으려고 비싸게 내놓다가 아무도 사지 않아 잔류시키며, 재계약을 맺어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선수들은 계속해서 실수를 저지르며 토트넘의 시즌을 망쳐왔습니다.특히 중앙 수비의 문제는 몇 년째 지적받고 있는데도, 크리스티안 로메로(Cristian Gabriel Romero)를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이상하리만치 돈을 아꼈습니다. 그 결과, 토트넘은 몇 년째 수비 불안을 겪어 왔습니다.

 

다니엘 레비는 구단 운영에 있어서 계획과 비전이 부족하다고 비판 받습니다. 아스날 등 다른 구단들이 어두운 시기를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수준이 낮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내쫓는 것과 중요한 선수들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감독의 역량보다는 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먼저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레비 회장은 이러한 방식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2022-2023 시즌에 맨유, 아스날 등 다른 빅클럽들이 다시 부활하고, 오일머니로 무장한 슈퍼리치 구단 뉴캐슬이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모습을 지켜 봤기에 8위로 마감한 토트넘 팬들은 뼈아픈 시즌을 보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레비 회장이 10명의 감독을 선임하면서 단 1개의 트로피(2008년 리그 컵(Carling Cup, Carabao Cup의 전신)만을 획득한 점을 고려하면, 그가 경영 및 산업적인 면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지만, 축구적인 면에서는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는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다니엘 레비의 모습
Daniel Levy

2023-24 최고의 영입

2023-24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은 이번에도 뚜렷한 지향점 없이 여러 후보들에게 거절당하다가 포스테코글루(Angelos Postecoglou) 감독을 선임했습니다. 해리케인(Harry Edward Kane)을 프리미어 리그 개막 직전에야 바이에른 뮌헨으로 보내며 공격수 영입에 차질을 초래하며 비판을 받은 다니엘 레비는 뜻하지 않게 최고의 영입이라고 칭송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 되었습니다. 과연 2023-24 시즌, 그 끝은 어떻게 될지 지켜볼 따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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