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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 이야기

내가 본 첫 월드컵 그리고 마라도나

by WILDCATS 2023. 9. 14.

소년중앙의 추억

두 주먹을 쥐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포효하는 골 세리머니

어릴 때 잡지에서 본 흑백 사진 속의 한 남자. 훗날 그가 유벤투스 FC 소속의 이탈리아 대표팀 공격수 파올로 로시 (Paolo Rossi)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82 FIFA 스페인 월드컵에서 서독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는 것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었고, 고개를 흔들었다는 것 또한 1986 FIFA 멕시코 월드컵 전야제의 다큐멘터리에서 보며 알게 되었다. 한 장의 사진으로만 기억하다가 영상으로 본 그의 몸서리치는 표효는 기괴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아직도 나에게 월드컵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몇 장면 중 하나다.

19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득점 후 포효 하는 파올로 로시

1985년 월드컵 최종 예선 1차전 대 일본전에서 정용환의 중거리슛 골과, 1986년 FIFA 월드컵 본선 3차전에서 파올로 로시가 있는 그 이탈리아를 상대로 최순호가 작렬시킨 동점골, 곧바로 이어서 떠오르는 신선파스 광고까지. 소년중앙 → 파올로 로시 → 최순호 → 신선파스. 이것은 하나의 트리이고, 하나를 생각하면 연쇄적으로 떠오른다.

예전에 '바쁘다 파프 신선파스' 광고에 최순호의 그 골이 광고에 실렸었다.

 

위성 생중계의 추억

1983년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4강 신화가 방아쇠가 되었다고 생각되지만, 월드컵을 위성 생중계로 봤었던 나의 첫 번째 월드컵은 86년 멕시코 월드컵이다. 아르헨티나와의 첫 경기를 기다리며 설레다 졸았다 깨기를 반복하던 기억, 그 지글거리는 위성 중계의 저음질 소리도 월드컵 하면 떠오르는 추억의 한 묶음이다.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대한민국은 86년 월드컵을 앞두고 연일 월드컵에 관한 뉴스가 쏟아졌는데, 대한민국의 첫 번째 상대였던 아르헨티나에 관한 소식, 그 중에 마라도나(Diego Maradona)와 관련된 뉴스는 매일 들을 수 있었다. 마라도나, 그 이름도 참 멋스러웠다. 만화영화 주인공 이름 같기도 하고 받침 없는 그 부드러움이 참 멋스러웠다. 정보가 없던 시절에도 어떻게 들었는지 풀네임이 디에고 알만도 마라도나라고 어릴 때부터 외우고 다녔다.

그 시절 펠레의 경기 화면은 58년 월드컵인지 62년 월드컵인지 알 수 없던 흑백 화면의 골 장면만 여러 번 되풀이하면서 보여 주던 것이 다라서 펠레가 얼마나 대단한지 체감이 안되었을 때라 마라도나의 플레이는 더욱 더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86년 월드컵 8강전 잉글랜드 와의 대전에서 첫골을 손으로 넣은 다음 하프라인부터 마치 서핑을 타면서 골문에 툭 던져 놓던 두번째 골은 마치 "손으로 넣어도 괜찮아, 발로는 더 잘하니까!"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마라도나의 아들 리오넬 메시(Lionel Messi)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모든 기록에서 이미 오래전에 마라도나를 훌쩍 넘어섰지만 오직 한 가지 월드컵 트로피만 없어 황제의 자리에 앉지 못했었는데,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메시는 기어코 마라도나와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가 역대 세 번째로 월드컵 트로피를 안기면서 이제는 당당히 메시가 마라도나를 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심지어 펠레마저 넘었다고 한다. 나 역시 메시의 기록 앞에는 이견이 없다. 펠레(Pelé)를 기억하는 더 나이 많은 사람들은 펠레는 월드컵 트로피가 3개나 되니 마라도나는 그렇다 쳐도 여전히 펠레 에게는 좀 아니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다. 

2000년대 초반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메이저 리그에서 배리 본즈(Barry bonds)가 행크 애런(Hank Aaron)의 기록(755개)을 넘기 전 베이브 루스(Babe Ruth)의 기록(714개)을 넘었을 때 백인들이 표현했던 "그래서 어쩌라고?" 에는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적 요소가 컸겠지만 초대 홈런왕에 대한 향수,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상징이 바뀌는 걸 원하지 않아서 일거라 생각 했었다. 그들이 처음 시작한 야구, 그리고 여전히 베이브 루스를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의 마음속의 영원한 홈런왕은 오로지 베이브 루스 였을 것이다.

리오넬 메시도 좋다 그래도 내게는

나 역시 순수하게 나의 첫사랑을 품고 있는 마음으로 지금 나에게 누가 제일 대단한 선수인가라고 물어보면 나는 메시보다는 마라도나라고 말하겠다. 첫사랑의 추억처럼 그 질문에는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선택이 되겠다. 나에게도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 또한 함께한 세월이 짧지 않기에 분명 깊은 추억이긴 한데도, 내가 제일 찬란 하다고 생각하는 시절 나를 가슴뛰게 했던 선수는 마라도나였기 때문에 현실을 부정하게 하게도 만들 수 있는 첫사랑의 기억은 그렇게 특별한 것인가 보다. 나의 어린 시절과의 이별, 내 청춘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인가 보다.

 

글을 적다 잠깐 확인하던 중 소년중앙의 그 남자 파올로 로시가 이세상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마라도나 떠나고 한달 뒤라니 또 누가 떠났는지 확인을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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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 챔피언스 리그의 시작 UEFA 챔피언스 리그는 1992-1993 시즌을 앞두고 만들어 졌는데 새롭게 창설 되었다기 보다는 이전의 유로피언 컵이라는 이름에서 단지 챔피언스 리그로 이름만 바뀌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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